우리는 친구!!!! 친구를 만드는 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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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Jun. 1, 2013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다. 사람은 대상 관계 속에서 자기를 파악한다. 타자(세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존재하고 또 존재의 의미를 확인한다. 사람이 지극히 개별적인 존재이면서도 관계와 사회 속에서 비로소 자기를 이해하고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인간의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이 홀로 있는 것을 선하지 않은 일로 보셨다고 말씀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실 때에 남자와 여자를 만드셔서 서로 돕는 관계 안에서 살게 하셨다고 알려준다.


누구나 그렇지만, 장애인에게는 이 홀로 있는 것(고립, isolation)이 참 어렵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independent living skill, social skill이다. 전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훈련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준비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에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그런 능력을 갖춰가는 것 못지 않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이들이 장애를 가진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또 이웃으로 영접하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밴쿠버밀알에는 우리 밀알식구들이 “삼총사”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 James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다. 매주 토요일 사랑의교실에서 James를 소개할 때마다 university student라고 소개하면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적극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응원단장을 시켜도 좋을 만큼 목소리도 크고 피드백이 좋아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밀알의 분위기꾼, 바람잡이라고 부르고, 또 기타 없이 기타연주를 곧잘해서 에어기타리스트라고도 부른다. 그 표정과 연주가 기타를 들고 하는 것 이상으로 리얼해서 찬양시간마다 흥을 돋운다(여러분이 한 번 보셔야 하는데…).


Denis는 지금 중학생이다. 중학생이지만 덩치가 큰 편인데,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난타를 연주할 때의 그 지긋이 감는 눈과 얼굴표정, 그리고 리듬에 절묘하게 맞춰 아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몸짓은 그야말로 일품이다(Denis도 여러분이 보셔야 하는데…). 그래서 나는 그를 밀알의 스마일맨이라고 부른다.


또 한 친구 Michael도 중학생이다. 그의 몸집은 셋 중에 제일 작다. 찬양이 시작되면, 홀에서 다른 밀알식구들과 함께 겅중겅중 뛰면서 댄스를 한다. 자주 무대에 올라와서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환희를 같이 느낄 수 있으며, 그가 하나님의 기쁨이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처음에 밀알에 왔을 때, 그는 자주 분노를 폭발했고 그래서 나도 종종 그에게 멱살을 잡혔었다. 그런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주 웃고 얼굴의 인상이 달라졌다. 그가 내 앞을 지나가면서 여자꼬마아이가 상의 옷깃이나 치마를 잡고서 살짝 고개와 무릎을 숙이며 인사하듯 인사할 때면, 나는 입이 절로 벙긋해지고 행복해진다(Michael도 여러분이 보셔야 하는데..).. 그런 인사는 아직은 나에게만 하는 인사인 듯하여 고맙기도 하고. 아직 그에게 알맞은 별명을 붙여주지는 못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해피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밀알의 해피바이러스..


이 세 친구는 나이도, 성격도, 장애의 유형도, 사는 곳도, 그 외에도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들은 집에 가면 다른 두 친구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밀알에 오면, 서로를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서로 어울리면 신이 나서 시끌벅적하다. Michael이 밀알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You’re fired”하면서 마구 해고를 시켰는데, 어느샌가 다른 두 친구들도 합세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을 들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날 내가 해고를 당하고 보니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서 “hire”시켜줘라 부탁하곤 했었는데, 그후 언젠가부터 고맙게도 “you’re hired”하고 돌아다닌다.


Denis는 친구들과 앉아서 말할 때에는 목소리가 큰데, 수줍음을 타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자주 기회를 주었는데 짝꿍봉사자가 권해도 웃음만 지을 뿐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었다. 나도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하면서까지는 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Denis에게 무대로 나올 것을 부탁했을 때, 여전히 어려워하는 그의 앞에 다른 두 친구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팔을 잡으면서 같이 나가자고 했다. 데니스는 친구들을 따라서 무대로 올라왔고, 이제는 자주 그리고 혼자서도 올라와서 그 특유의 귀여운 표정과 몸짓으로 나를 감동시키고 있다.


밴쿠버밀알에 몸담고 있으면서 밀알이 서로에게 희망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기다림이 되고, 또 용기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맙다. independent living skill이든, social skill이든 이들 세 친구처럼 어울린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더욱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