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좋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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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Apr. 1, 2016

<Milal Run> 형식의 마라톤 대회를 구상하게 된 배경


한 이 년 여 전에, 어떤 분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어느 쇼핑몰에서 밀알에 나오는 장애인 ‘친구’를 보았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나와 자동차를 출발시키려다가 그 친구를 보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혼자 서있더라는 것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고 했다. ‘저 친구가 왜 혼자 저기에 서 있지? 혼자 집 밖으로 나왔다가 길을 잃었나? 저 친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 이런 저런 생각과 염려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 15-20분 정도를 지켜 봤다고 했다. 다행히 엄마가 와서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자기도 자리를 뜰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친구가 누구였을까 궁금해서 특징들을 물어보면서 나는 그 친구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혼자서 밖에 다닐 수 있는 성인 친구였고, 아마도 엄마가 일을 보는 동안 자기가 혼자서 있겠노라 하였든지, 어디를 다녀 오겠다고 했든지 해서 엄마가 허락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궁금했던 건 그 친구가 누구였을까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내게 이 이야기를 해주는 그 분은 ‘어떻게 그 친구를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런 염려와 사랑의 마음으로 그 친구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을까? 바쁜 자기 일을 미루면서까지? …’ 그 분은 이렇게 대답했다. “’밀알의밤’에 참석했을 때 봤어요. 그리고 밀알 토요일 ‘사랑의교실’에 식사 봉사하러 갔을 때도 보았고요. 그래서 밀알에 나가는 친구인 걸 알았지요. 그래서 지켜보게 된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나는 너무 고마웠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보람마저 느꼈다. 아주 작은 일이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그만큼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고, 장애인들에게는 그만큼 안전한 환경이 된 것 아닌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은 능력 있는 몇 사람이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건물은 돈을 뜻 있게 사용하려는 분이 있으면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분위기’ 또한 하루 아침에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자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만드는 일이 어느 일 못지 않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는 점을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Milal Run: A Life Changing Run For Everyone>이라는 마라톤 대회를 구상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경험이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도 있는 만큼, 달리기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서로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광장’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좋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