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밀알과 밀알봉사-2> “밀알봉사는 보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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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재 (밴쿠버밀알봉사자)

Nov. 1, 2014

안녕하세요 박승재입니다. 밀알을 하면서 제게 있었던 변화들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앞에 나왔습니다.


제가 밀알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봉사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2009년 12월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봉사자교육을 받으러 왔습니다. 교육 받는 도중에도 그냥 ‘아, 밀알이라는 곳은 장애인을 도와주는 곳이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 때만 해도 ‘봉사시간을 다 채우면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봉사자교육을 마친 후, 봉사를 시작하고 밀알 친구들을 만나게 됐을 때는 ‘아, 내가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보지도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기에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봉사를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거든요. 봉사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 보니 매주 토요일이 두려웠어요. 다른 친구들은 놀러 다닐 때, 저는 여기에 나와 힘든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어느덧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밀알 봄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아 인제 좀 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봄방학 동안 토요일에 밀알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요. 집에서 뒹굴거리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밀알 친구들의 얼굴이 생각났고, 친구들과 만나 밖에 나갈 때 ‘밀알 친구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짧은 봄방학이 끝나고 다시 봉사가 시작되었죠. 근데 막상 밀알에 돌아와보니 또 다시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을 봉사하고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죠. 4개월이란 긴 여름방학 동안 봉사할 때는 힘들기만 하던 밀알이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마치 집에서 잔소리하시는 부모님처럼, 같이 있을 때는 힘들고 하기 싫다는 생각만 나던 것들이, 없을 때는 나를 보며 하염없이 웃어주던 해맑은 친구들의 얼굴들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봉사시간도 다 채워서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던 밀알을, ‘1년만 더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봉사자 교육을 받고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1년, 또1년 하다 보니 대학교를 들어오게 되었고, 대학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또 다시 1년을 봉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 대학2학년을 시작할 때에 학교생활과 밀알을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 밀알은 쉬기로 결정하고 학교공부에만 전념하게 되었어요.


대학 2학년을 다니며 몸과 마음이 지쳐 정말 힘들고 무너지려 할 때마다 밀알에 있는 우리 친구들 얼굴이 계속해서 생각이 나더라구요. 어느덧 2학년을 거의 마쳐갈 때 즈음 시간이 남아서 밀알을 한 번 나오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 거의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밀알로 향할 때에 저의 발걸음은 대학을 다니며 피곤에 찌들어 좀비처럼 걸어 다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닌,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밀알을 오게 되었어요. 6개월 만에 보는 친구들이었지만 변함없이 저를 대해 주었어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밀알에 나왔을 때 제가 느낀 건, ‘과연 이 세상에서 우리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고 아껴줄까? 내가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걸까?’ 이런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저를 따뜻하게 대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을 봤어요. 그렇게 제가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들과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녹아 내리는 경험을 했고, 그 후부터 밀알 사랑의 교실에 봉사를 하러 간다기 보다는 힘든 일상에 지친 제가 위로를 받으러 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 살아온 제게 소속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밀알을 하며 밀알에 대한 저의 생각이 바뀐 저의 경험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봉사자교육을 마치고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면 분명히 힘든 시간을 보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업도 중요하고 개인적인 일들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봉사를 하신다면 저와 동일한 경험을 하실 거라 믿고, 꼭 밀알 친구들에게 받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꼭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