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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소중한 유산

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Nov 1, 2010

소설가 [박완서] 씨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 아들은 그녀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이었다. 그 아들은 키가 훤칠하게 컸고, 엄마 뿐만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잘 생긴 미남이었다. 공부도 잘해서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의사가 되어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살아서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또 그 아들은 외아들이면서도 마음이 넓어서 친구들도 많았고, 엄마에게는 효자였으니 고맙고 든든한 아들이라고 했다. 그런 그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녀는 믿기지가 않았다. 당장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서, “엄마!”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서, 금방 환하게 웃으며 나타날 것 같아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집 베란다 창 밖으로 보이는 골목길을 돌아 아들이 타고다니던 차와 같은 차가 보이기만 해도 꼭 아들이 오는 것만 같아 몸서리를 쳤다. 아무 것도 먹히지 않고, 무슨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가 않고, 어디를 가도 재미가 없었다. 사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울다울다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아픔은 멍멍함으로 그녀의 가슴에 자리잡고, 그리움은 원망으로 쌓였다. 그리고 그 원망은 하나님을 향하여 폭발했다.


그녀는 자기가 그토록 신앙하고 오랜 세월 섬겨왔던 하나님을 의심하였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처럼 착한 아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가? 하나님이 진정 사랑이시라면, 이렇게 모진 일을 허락하실 수가 있는가? 하나님이 정말 전능하시다면, 이토록 험악하고 처절한 일은 막아주실 수 있지 않겠는가?’ 기도조차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고통속에서 그녀는 결론을 낸다. ‘하나님은 계시지 않는다. 만일, 하나님이 계신다면 그는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이 계신다해도 무능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몸부림의 세월 가운데 어느날 문득 그녀가 새삼스럽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이 그녀에게 구원이 되었다. 그것은 ‘이렇게 대놓고 원망이라도 할 수 있는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사실, 인간의 삿대질을 말없이 들어주시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인간의 발길질을 고스란히 가슴으로 안아주시는 그 분이 계시지 않다면, 인간은 존재의 깊은 절망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인간의 원망을 받아주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인간의 죄악까지 한 몸에 짊어지고 죽으신 하나님, 십자가의 이 사랑을 깨닫는 만큼 사람은 구원을 얻는다.


밴쿠버밀알 단장으로 사역한 지, 이제 3년 반이 가까워간다. 사역을 할수록, 생각할수록 밀알사역의 신앙적, 영적 차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30년 전 밀알을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 주셨던 비전과 소원,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사역의 대원칙을 보다 깊이 숙고하면서, 복음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확신 가운데 더 넓은 적용성을 도모하여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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