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015 밀알의밤 소감문 - 약함을 통해 다가온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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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근 (목사, 새하늘교회)

Jan. 1, 2016

목사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오랜만에 모임에서 은혜를 받았다. 간간이 은혜를 맛본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요즘 나의 영적 상태의 반영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시대 교회의 영적 상태의 반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은혜 받기를 원하지만 은혜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이 시대 교회와 성도가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를 변화시키는 변혁적인 하나님의 능력으로부터 소외된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자랑” 때문인 것 같다. 사도 바울은 “자랑하려면 약함을 자랑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모두 자신을 자랑한다. 거의 모든 집회들 또한 자신을 자랑한다. 밴쿠버에서 참석했던 대부분의 집회도 솔직히 말해 자랑이 주를 이루었다.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자랑하기에 바쁘다. 청년들의 집회에 가봐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꼭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지만, 하나님이 하셨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자랑이다. 자랑이 난무한 곳에는 시기와 분열 밖에 없다. 고린도 교회가 그걸 잘 보여준다.


이번에 참여한 밀알의 밤은 “약함”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출발부터가 약함을 자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입으로, 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말한다. 때로는 자연스럽지 않게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 하나님의 은혜가 마음속으로 쑤욱 들어왔다. 이지선 자매가 손마디가 잘려진 손을 보여주며 “귀엽죠!” 말할 때, 왼손 엄지 손가락은 남겨 주셨다고 말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내 마음속에 찾아왔다. 성공한 사람의 수많은 성공 스토리보다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밀알에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우러 왔다가 도리어 도움과 힘을 얻는다는 그들의 고백은 거짓이 아니다.


때로 장애인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감히 말하지만 그것은 장애인의 능력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들에게도 하나님의 형상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그들을 우리 옆에 둬야 한다. 그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를 위해서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로서 우리에게 너무나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겸손을 인격의 성숙으로 말하곤 한다. 타당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은 그냥 우리가 연약함을 아는 것에서 나온다. 자신의 약함을 알기에 자랑할 수 없고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약한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의 연약함과 약함을 깨닫고 하나님의 은혜만 바라보게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육체만 멀쩡하지 우리도 모두 장애인이다. 우리는 마음과 영혼이 많이 망가져 제대로 된 기능을 좀처럼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