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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2015 밀알의밤 소감문

윤유정

Jan 1, 2016

한참을 세 아이와 분주하던 토요일 저녁, 세상에서 받기 어려운(?) 전화 중의 한 통이 내게 걸려 왔다. 바로 밀알 목사님 전화!! 이 주말 저녁 무슨 하실 말씀이 내게 있으신가 싶어, 인사를 주고 받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있었다.


말씀인즉, “밀알의밤” 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 말씀. 밀알 단장으로 사역하시는 목사님께서 그 바쁜 와중에 손수 전화를 해서 “밀알의밤” 행사의 참석을 부탁하신 일이 처음이라, 적은 헌금으로 마음만 전하려던 나에겐 조금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목사님 목소리 너머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뭔가에 들뜨고, 뭔가로 가득해서, 넘치는 또 그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빈 자리에 머릿수 채워 달라는 말이 아니라는 걸 전화선을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가기로 했다.’


주일 저녁, 남편과 교회 식구들과 함께 한 차 가득 채우고 나의 생애 세 번째 밀알의밤 행사를 그렇게 가게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확인했다. 왜 주말 저녁 일일이 전화를 주시고 싶으셨는지. 그건 목사님을 통해 성령님이 주신 마음이었다.


가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행사에 우리는 큰 기대 없이 앉아 있었지만, 편안하게 시작된 바이올린 선율에, 이미 우리는 '잘 왔구나~' 를 알게 되었다. TV에서나 보던 이지선씨를 내 눈 앞에서 가까이 보고, 그녀의 갸냘프고 여전히 아픈 몸과 목소리로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을 것 같은 아픈 상처를 듣고, 그 상처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변함없이 어루만져 주시고 그녀를 일으켜 주셨던 하나님의 일하심을 생생히 들었다.


늘 변심하고 토라지고 원망하다가도 때론 기뻐하고 감사하고 다시 무릎 꿇는, 너무나 가벼운 우리를 그 분께서는 얼마나 한결 같은 맘으로 사랑하시는 지를, 늘 변한는 건 우리였지 하나님은 늘 그 자리에 계시다는 걸... 이지선씨는 차분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지선씨가 화상 이후 겪어야 했던 자신과 가족들의 아픔과 절망.. 그 절망스러울 일이 내게 일어났다면 나는 어땠을까.. 나는 다시 하나님의 손을 잡고 일어서고 넘어지고 또 일어설 수 있었을까…


작지 않은 예배당을 가득 채운, 다른 모양, 다른 생각, 다른 믿음으로 앉아 있었을 많은 사람들은 어느새 이지선씨를 통해 그리고 밀알 친구들을 통해 하나의 마음으로 한 가지만을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바로 "하나님에 대한 신뢰", 아버지를 믿고 아버지를 찾는 자식을 절대 저버리지 않으시는 그 아버지에 대한 믿음, 그것이었으리라.


열정적인 밀알 친구들의 난타 공연. 그저 즐겁고 열정적인, 때묻지 않은 그 영혼들의 북소리에, 세상의 때를 한껏 묻히고 사는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하나님을 향해 뜨겁게 찬양한 적이 있었던가...


언젠가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그 아이들을 세상 속으로 보내야 하는 목사님의 절절한 당부와 염려의 말씀, 그 마음 또한 부모 된 내 마음에도 내 아이의 일처럼 느껴져 목이 메였다. 그 마음 하나님이 아시고, 지선씨의 손을 놓치 않으셨듯 그들도 그렇게 세상에 우뚝 세워 주셔서 하나님이 살아 일하고 계심을 세상이 알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밀알", 뭐 그리 거창하지도 않고, 규모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 그리 크게 알아주는 사역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 게 분명하다.


이 자리를 빌어 밀알을 섬기는 이상현 목사님과 가족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밀알의 봉사자 친구들에게 특별한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이 밀알 친구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살 맛 나는 더 특별한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내년의 밀알은 또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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