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밀알과 함께한 지난 반 년의 축복

press to zoom

press to zoom
1/1

TJ Kim (밴쿠버밀알봉사자, 협력간사)

Jul. 1, 2019

웨스트민스터소요리문답 (Westminster Shorter Catechism)의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인가?” 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직, 간접적으로 “장애 dis-ability”와 관련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장애를 지녔건, 장애를 지니게 된 내 가족이 생기게 되었던, 사회 전체가 집단 장애에 빠진 상태가 되었던지, 장애란 말은 무언가 부정적인 의미의 거부감을 사람들에게 주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장애”를 삶의 극복 대상으로 여기거나, 삶의 큰 방해물로 여기고 자포자기하는 극단적인 두 가지의 생각이 장애와 함께해야 하는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밴쿠버 밀알에 처음 봉사하러 왔을 때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제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에 봉사했던 곳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장애와 나이, 성별의 구별없이 모두 한 장소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친구 한 사람씩에 대한 자세한 프로파일을 통해 지식으로 알기 전에,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런 관찰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게 하는 것 또한 저에게는 익숙치 않은 접근 방법이었습니다. “장애”에 대한 나의 지난 경험과 교육은 밀알의 그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신학에서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장애와 영성”입니다. 예를 들면,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을 때, ‘신앙문답에 대한 질문을 정말 이해할 수 있으며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입니다. 많은 신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나름의 대답을 찾아 논의합니다. 그런데, 지난 부활주일에 만난 저의 파트너인 T씨의 말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감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복합 자페증세가 있으신 50세가 넘은 T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저와 주고 받은 말이 거의 없었습니다. 말도 많이 하지도 않으셨지만, 저도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로 서로 눈빛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부활주간 밀알토요사랑의교실에서 만난 T씨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하고 물었을 때, 정말 놀랍게도 T씨는 정확하고도 크게 대답했습니다. “Jesus is risen.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 어떤 누구의 설교나 강의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감동에 전 한동안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일화를 얼마 전 북미에서 모인 장애신학의 전문가들의 세미나에서 전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이 이야기를 들은 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몇몇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장애와 영성”에 대해서 더 이상의 논의를 하지 않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가족으로 둔 분들을 포함하여 저희 비장애인들은 “장애”에 대해서 자꾸만 어떠한 의미와 기술을 배우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목소리가 있습니다. 왜 그들을 그들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기준으로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밀알봉사를 하면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2일 저녁에 밴쿠버밀알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함께걸음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로 유명 연주가들의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서 친구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합창을 불렀습니다. 가사를 틀리지 않고, 정확한 박자에 맞추었으며, 누구의 목소리가 제일 아름다웠는가는 밀알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같이 하나님께 찬양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영광이란 이렇습니다. 서로의 다름마저 다 덮을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모든 이가 차별과 편견 없이 초대받아서 함께 누리고 즐거워하는 잔치의 향연! 밀알에서의 우리의 어울림을 통한 천국잔치를 하나님께서 매순간마다 영화롭게 받으셨다고 감히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