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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에서 내가 배운 것들

박주천 (밴쿠버밀알선교단 봉사자)

Nov 1, 2015

“축복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매주 토요일 밀알선교단의 “사랑의 교실”에서는 위 찬양 가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예배와 소그룹, 단체 활동으로 장애인 친구들은 일대일 봉사자들과 함께 더 밝은 미래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배우고 즐기면서 나아갑니다.


장애인 전도, 봉사, 계몽의 사역을 감당하는 밀알 선교단은 1979년 한국 총신대학교 시각장애인 신학생이었던 이재서 박사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미주 (북+남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까지 수십여 지단이 세워져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기독교신앙을 바탕으로 사역하지만 신앙 여부를 기준으로 사람을 가르지는 않습니다. 밴쿠버 지단은 BC 주정부에 등록된 비영리 단체로서 2001년에 설립되었으나 2006년에 현 단장이신 이상현 목사님과 그의 가족을 기초로 사역이 재출발 되었고, 2012년부터 CLBC에 장애인서비스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섬기고 있는 대상은 유치원 학생부터 중년 성인까지 포괄적인 연령대와 다양한 종류의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한국 교민들입니다. 매주 사랑의교실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있는 30여명의 학생들을 비롯하여 다수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밴쿠버밀알선교단은 그들의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과거/현재 봉사자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 봉사했던 청년의 소개로 시작한 밀알선교단 봉사, 몇몇 봉사자들에 비하면 경험이 적지만 지난 1년간 섬기고 느낀 점들을 적습니다:


첫째, 행동과 삶으로 하는 전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동기생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기독교 변증과 말로만 해왔던 전도는 장애인, 특히 정신/지적 장애인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저의 표정, 감정, 손짓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그들로 인해 저는 말과 행실이 따로 노는 위선을 점차 버릴 수 있게 되었고, 피상적이고 지적 뿐인 복음 제시보다 자연스러운 주님의 제자의 삶을 통해 일반인 전도 대상자의 마음을 더 열 수 있었습니다.


둘째, 인간의 가치를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각 사람을 스펙과 연봉, 외모로 판단하는 악한 잠재의식이 밀알선교단 봉사를 통해 사그라들었습니다. 음정, 박자가 맞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땀 흘리며 찬양하고 춤추는 친구들을 보시며 주님은 분명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외국어, 역사,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장애인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또한 2014년 밀알의 밤 행사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던 클라리넷 연주자 장성규 형제는 시각 장애인이지만 12번 도전하여 입학한 독일의 캇셀 음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미국의 3대 음악대학 중 하나인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대에 재학 중입니다. 행사 준비시간 도중에 그로부터 귀중한 클라리넷 레슨을 받았을 때 하나님이 장애인에게 부어주시는 놀라운 잠재력과 끈기, 창의력을 깨달았습니다.


셋째, 신앙 공동체와 제자 양육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현재 밀알선교단 봉사자들은 대부분이 10-12학년 학생들과 대학생들입니다. 그러나 이 세대의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성숙함과 남을 위하는 마음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미래에 이들이 어디에 속하든지 밀알선교단에서 얻은 정신으로 교류하고 일할 때 역사하실 하나님의 능력이 심히 기대됩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진정한 제자의 본보기가 될 필요를 느꼈습니다. 또한 협동하면서 작게 보이지만 큰 일들을 이루어 나가는 밀알선교단을 통해 건강한 신앙 공동체의 유익함을 느꼈습니다.


넷째, 천국에 더 큰 소망을 두게 되었습니다. 기술과 의학이 발달해도 장애는 질병이 아닌 상태이기에 이 세상에서는 대부분 치유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 다시 오실 날, 모든 것이 하나님이 의도하신 대로 회복될 때에 장애인들의 곤고함과 세상의 차별로 인한 상처와 눈물이 씻겨 없어질 것입니다. 그때 모든 성도가 흠 없는 육신으로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날을 더 기대합니다.


많은 일정과 행사를 앞두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밀알선교단의 단장님부터 가장 어린 친구까지,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봉사자들에게 주님의 평강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밀알사역에 관심을 갖고 협력, 지원하여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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