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함께 걷는 걸음이 행복합니다”

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Aug 1, 2016

어머니께서 제가 사는 밴쿠버에 오셨습니다. 10여년 전 서울을 떠날 때, 이미, 아니 그 전부터 벌써 허리가 굽으셨던 어머님은 이제 더 많이 그동안 흘러간 세월만큼 노쇠해지셨습니다. 몇 걸음만 걸어도 어디든 주저앉아 쉬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에 모시고 산책을 나갑니다.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은 어디든 그리 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만큼 그렇게 힘들지가 않습니다. 넓은 UBC 대학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도 괜찮습니다. 키칠라노 비치에서 밴쿠버 아일랜드까지 갔다 와도, 올림픽 빌리지에서 그랜빌 아일랜드까지 왕복해도, 집 주변 산책로를 멀리 돌아도 좋고 행복한 마음이 됩니다.

LA캠프를 다녀 와야 하기에 어머니를 누님이 살고 있는 곳으로 모셨습니다. 가신 김에 그곳에서 얼마간 머무시도록 했습니다. 이제 혼자 걷는 길은 ‘나가서 걸어야지’ 하는 생각 만으로도 힘이 들고, 멀기만 합니다.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고, 언제 여기까지 왔나 싶었던 그 곳이 참 먼 거리였음을 새삼 느낍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먼 길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형이를 데리고 있을 때는 지형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산책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말 없는 지형이와 함께 걸었어도, 그 때는 멀리, 그리고 오래 걸을 수 있었습니다.

밀알사역을 시작한 10년 세월이 언제 이렇게 훌쩍 지나갔나 싶을 만큼 빨리 지났습니다. 함게 걸어준 분들이 있었기에 이 먼 걸음을 한 걸음처럼 걸었습니다. 이런 꺠달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또 얼마 간일지 모를 앞으로의 걸음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모래 위의 발자국’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두 개의 발자국을 보았다. 하나는 내 발자국, 다른 하나는 주님의 발자국. 그 두 개의 발자국은 나란히 함께 걷고 있었다. 그런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오직 한 개의 발자국만 있었다. 그 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절망적인 때였다. 나는 주님께 따져 물었다. ‘주님, 언제나 함께 하신다고 하시더니, 왜 내가 당신을 꼭 필요로 할 때는 혼자 걷게 내버려 두셨습니까?’ 주님께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답하여 주셨다. ‘그 발자국은 내 것이란다. 네가 그렇게 힘겨워할 때, 그 때는 내가 너를 업고 걸었다.’”

주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함께 걷습니다. 함께 걷다가 떄로는 누군가를 업고 걷고, 또 때로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걷는 것입니다. 내게 그런 손이 있고, 등이 있음이 감사한 일입니다. 또 내가 그 손이 되어 주고, 그 등이 되어 줄 수 있음이 고맙고 기쁜 일입니다. ‘함께 걷는 걸음이 행복을 줍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