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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하시는 일이 참 …. “

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Apr 1, 2017

2017년 2월 미주단장회의 겸 세미나를 마치고 필라델피아에서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 금요일 아침에 출발했는데 도착은 토요일 밤에 했다. 사랑의교실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식사도 네 끼를 못했고, 토요일 아침 숙소에서 먹은 식사는 내내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실까? 왜 순적한 길을 주시지 않는 걸까?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라면 무슨 뜻이 있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잘 도착했다고,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는 다른 단장님들의 인사가 단톡방에 속속 올라왔다. 나도 소식을 올렸다. ‘아직 6시간째 필라델피아공항에서 출발이 지연 되는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소식을 올리고 나서 후회가 됐다. 나만 바보된 느낌, ‘이 목사는 왜 저러지? 평탄한 길이 아니고 왜 저리 꼬여?’ 할 것 같은 생각이 찾아들었다. 전에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언제부턴가 불현듯 찾아오는 생각이 또 찾아왔다.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나는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고, 꽤 이른 시간에 티켓팅을 마쳤다. 35번 게이트 대기실에서 성경을 읽으며 탑승을 기다렸다. 그런데, 탑승게이트가 25번으로 바뀐다는 방송이 나오고, 비행기 출발시간이 1시간 25분 지연된다고 했다. 다시 4시 25분, 5시 55분, 6시 30분, 출발시간이 지연되면서 게이트도 16번으로 다시 바꼈다. 항공사 직원은 ‘몬트리얼 공항에 가면 연결 항공편 직원이 당신을 케어할 거라’고 했다. 7시쯤 되니 기장과 부기장이 나타났는데 포디움 마이크를 집어들고서는 자기들은 운항을 할 수 없다는 방송을 하고 가버렸다. 조금 후, 다행히 다른 조종사팀과 승무원들이 왔고, 7시 30분쯤 드디어 이륙했다.


밤 9시, 몬트리얼공항에 도착하여 뛰다시피 연결편 카운터로 갔으나 기다리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인포센터를 찾아 상황을 설명하고 기다렸더니 모 항공사카운터로 가라고 했다. 인포센터와 카운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한참을 기다려 직원을 만났다. 항공편은 이미 끊겼고, 공항 근처에서 자고 내일 가란다. 항공표를 받아보니, 아침 11시 비행기, 그것도 토론토로 갔다가 2시 비행기로 밴쿠버로 가는 스케쥴이었다. 일주일을 비우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무력감, 공항에 미리 나갔고, 참고 기다렸고, 속을 태웠고, 땀이 나게 걸었고, 왔다갔다 뛰어다녔는데, 이 상황을 조금도 바꾸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그냥 받아들여야만 한다.


단장 세미나가 끝나기 전, “밀알&세계” 편집을 책임진 이준수 목사님이 4월 장애인의 달 원고를 요청했다.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글을 부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 수락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나는 거다. 너무 가벼운 비유라고 탓하지 마시라.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그저 찾아왔다는 이야기니까. 장애인이 처한 현실이,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과 막막함이 이런 거 아닐까? 내가 그걸 안다는 게 아니다. 조금이나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뜻일 뿐. 항공사가 제공한 숙소에 들어가 엎드렸다.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여기 당신의 무슨 섭리라는 게 있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게 있어서 이런 거라면, 알려주세요’


다음 날 아침, 공항에 나가 탑승을 기다렸다. 11시 출발예정이던 비행기가 11시 20분이 되도록 탑승구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름 다스리고 누르고 있던 게 올라오고 있었다.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었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어려운데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연결편을 갈아탈 수 있는 여유시간 95분 중에서 이미 50여 분이 가버렸다. 연결편 게이트는 멀었다. 그 먼 길을 뛰다시피 달려 밴쿠버행 비행기에 올랐다. 불편한 마음과 안도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성경을 읽고 메모를 하다가, 돌아가서 할 일을 정리했다. 그러는 중에, 발등에 떨어진 일과 함께 저 앞의 일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아주 유익하고, 그래서 마음조차 뿌듯한 시간이었다. 할 일들이, 살 모습들이 아주 분명하게 그려졌다. 그러고 나서야 왜 비행기가 연착되고 터무니없이, 까닭없이, 이유도 모른 채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계획대로 바로 순적하게 귀환했다면, 나는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 눈 앞의 일에 다시 파묻혔을 것이다. 하나님은 내게 큰 그림을 그려볼 시간을 주셨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좋은 일이 만들어졌다.


성경을 읽어가면, 자주 이런 상황과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아주 종종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시고, 무력한 듯 보이며, 우리의 현실에 무관심한 것 같아 보인다.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조차 외면하던 분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게 보여진다는 것이 하나님이 잊고 계신다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무덤에 장사되었던 아들을 살리신 이는 다름 아닌 하나님이셨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참 … !’


예수께서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믿음 안에서 우리는 소망도 얻고 사랑도 얻는다.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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