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다 못한 놈, 개 같은 놈, 개보다 더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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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Oct. 1, 2015

물 한 방울의 자비


함께 성경을 묵상하는 모임에서 누가복음 16장에 있는 “한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예수님이 들려 주신 이야기 말씀을 공부하게 되었다. 부자는 날마다 좋은 옷을 입고 호화로이 연회를 벌이며 즐기며 살았고, 나사로는 그가 부자니까 그에게서는 뭔가라도 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 집 앞 대문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 난 상처를 개들이 와서 핥았다고 했다. 먹은 것이 없어 기력이 없어서 그랬는지,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서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사로는 누워있었고, 개들이 와서 그 묵은 상처를 핥아도 쫓아낼 수도 없는 지경이었던 것 같다. 이를 두고 한 분이 개가 부자보다 낫다는 의견을 냈다. 부자는 나사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개들은 나사로의 헌 데를 핥아주었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분이 그래도 자기 집 앞에 거지가 누워있는데, 이 부자가 그를 쫓아내지는 않은 모양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때 오래 전에 들은 우스개 이야기가 떠올랐다. 개와 사람이 경주를 했단다. 그리고 경우의 수에 따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람이 개보다 뒤처지면? ‘개보다 못한 놈’. 사람이 개랑 같이 달리면? ‘개 같은 놈’. 그리고 사람이 개보다 앞서 달리면? 그는 ‘개보다 더한 놈’이라는 이야기였다.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이 부자는 개보다 못한 놈이거나, 아니면 개보다 더한 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혼자 속으로 웃었다.


예수께서는 부자도, 나사로도 죽었다고 하시고, 부자는 죽어 지옥에, 나사로는 죽어 천국에 갔다고 하셨다. 지옥에서 부자는 물 한 방울이 아쉬운 극심한 고통 중에 살고 있고,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물 한 방울의 자비를 간청하는 부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살았을 때에 네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저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심한 고통(agony)을 받느니라.” 물 한 방울의 자비와 긍휼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부자에게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읽힌다. “네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을 그것이 멀리도 아니고 네 집 문 앞에 있던 나사로에게는 지금의 너에게처럼 절실한 것이었다. 네가 나사로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은 것처럼, 네가 받을 자비도 없다.”


앞선 누가복음 10장에서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에서처럼 예수께서는 여기에서도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것은 자비와 긍휼이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시는 것 같다. 밀알이 서야 하는 자리도, 내가 주님을 따르는 신앙의 길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좀 엉뚱한 관찰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개 같은 놈으로 살 수만 있어도 이 부자 같이 되지는 않겠구나’, 혼자 은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