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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소감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고 감사합니다

구민지 (밴쿠버밀알봉사자)

Jun 1, 2017

제가 처음으로 밀알에 대해 듣게 된 때는 재작년이었습니다. 학교 오빠가 밀알의밤에 초대했던 건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지요. 그후, 저의 언니가 먼저 밀알을 섬기게 되었어요. 친언니가 토요일마다 하는 봉사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밀알이 정확히 뭐지?’ 라는 관심이 생겨서 “나도 밀알 봉사할래!” 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때 언니와 학교 오빠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어요. “너 엄청 힘들 거야, 아직 어려서 상처받을 수도 있어, 차라리 1-2년 후에 해." 제가 기대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반응들이어서 저 또한 생각에 잠겼고, 그 과정을 통해서 ‘아, 나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밀알이라는것을 하면서 뭔가를 더 깨닫고 경험하고 바뀔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더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밀알런에 러너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밀알에 나오는 도건 오빠와 같이 뛰었는데, 하이파이브도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2.5km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뛰어 메달을 받은 것에 뭔가 뜻깊었고, 앞으로도 매일 이렇게 하나하나씩 해내는 모습의 감정들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봉사자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밀알봉사 첫 날이 되었습니다. 떨리기도 하고 긴장 되기도 했는데, 정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봤습니다. 기도랑 찬양시간에 밀알친구, 혜지 언니가 돌아다니면서 한 명 한 명 안아주는 걸 보고 되게 가슴이 벅차고 많은 생각들이 와닿았어요. ‘정말 이렇게 따뜻한 곳이 있구나’ 라는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또, 밀알런 때 같이 뛰었던 도건 오빠가 나를 기억해주고 인사해줘서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이후로 계속 밀알에서만 느낄 수 있던 사랑과 따뜻함이 생각나고 토요일이 빨리 왔음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내 밀알친구 이름은 이유진입니다. 유진이는 자기만의 personal space 가 있기에 다가가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눈을 마주치면 소리를 지르거나, 옆에 가면 피하고 또 옆자리에 못 앉게 발을 올리는 등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지? 잘하고 있는 건가? 실수하는 거면 어쩌지?’ 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밀알을 알게해 준 학교 오빠랑 유진이를 같이 봤기 때문에 그 오빠가 항상 ‘상처받지 말라, 너한테만 이러는 거 아니다, 나도 처음엔 너처럼 유진이와 많은 벽들이 쌓여 있었는데, 그 벽을 하나씩 밀어내고 이젠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말들과 함께 격려해주고 도와줘서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젠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많은 기도 가운데 보조에서 메인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순간부터 유진이가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고, 물병을 열어달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젠 쓰레기도 같이 버리러 가고, 먼저 와서 자랑도 하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젤리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사소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로 이 친구가 나한테 의지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고, 이 친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큰 특별함과 감동과 행복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형에게 많이 의지하고 말이 조금 서툴렀던 아이가 이젠 형 없이도 같이 그림을 그린다거나 밖에 나가서 놀고, 형만 따라다녔던 데서 이젠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예전보다 말수도 늘고, 매주 볼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밀알을 하고 또 내 파트너와 관계를 쌓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들이 마음을 울리고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처음에는 장애인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상상이 안 됐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렇게 만나서 놀고, 얘기하고, 가끔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매주 눈으로 직접 보고 또 경험하고 느낄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고, 밀알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할 감정들과 생각들이라고 생각하니 또 다른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제는 토요일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이 친구가 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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