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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칼럼> “정말로 산다는 것”
이상현 (목사, 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Oct 1, 2019
밀알사역을 하면서 감사한 일들 중 하나는, 고마운 분들, 선한 분들, 아름다운 분들, 귀한 분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 중에 어떤 이들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분 가운데 한 분이 최근 손주를 얻었다. 이제는 만나면 손주이야기를 듣게 된다. 때로는 내가 묻기도 하고… 손주와 같이 살고 있는 친구는 가정의 분위기를 “이제 백일된 아기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게 되더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같이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한 가정에 가장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아기가 태어났다.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기, 불면 날라가버릴 것 같고 만지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아기는, 그러나, 소중한 생명이다. 세상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또 무엇이겠는가! 그 소중한 생명, 그 특별한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귀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아기의 ‘약함’은 이러한 깨달음을 주고,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아기만 약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나름의 약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 약함은 우리를 사람의 얼굴을 하고, 사람의 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기제(mechanism)가 된다.
장애인은 약한 존재다. 장애인은 연약한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이기에 소중하고 경이롭고 귀한 생명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약함 또한 우리 개개인과 사회를 정화하고 있다. 장애인은 자신의 약함으로 우리가 잊고서 살아가기 쉬운 ‘생명과 존재의 소중함’을 깊은 울림으로 깨우쳐주는 사람들이다. 약함과 고통은 자신이 지고, 우리 마음과 삶을 비추어주는 깨끗하고 빛나는 거울과도 같다.
밀알사역을 하면서 감사하게 되는 고마운 분들, 선한 분들, 아름다운 분들, 귀한 분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그런 분들 중에 장애인이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밀알사역을 하는 날들이 쌓여가면서, 한 사람을 그 자신으로 보아주는 일, 한 사람을 그대로 받아주는 일,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을 마음으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정말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한편으로, 그 배움을 자주 잊고서 살고 있는 나를, 때로는 그렇게 살기를 버거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더라도 진정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날마다 가르쳐주는 고마운 이들이 내게 있다. 그런 분들은 또한 여러분 주위에도 있다.
밀알이 하는 일은 한 사람을 그 자신으로 보는 일이다. 한 사람을 그대로 받아주는 일이다. 사람이 ‘정말로 사는 것’을 배우는 일이다.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을 마음으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정말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일이다. 나의 약함을 보고, 나도 약한 자임을 인정하기를 배우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감사하고 함께 기뻐하는 일이다. 가장 약해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세상을 구원하고 위로하고 소망을 주시는 하나님의 일이었다는 걸 우리 주님은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