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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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밴쿠버밀알 공유진 엄마)

Feb. 1, 2015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누가 <나>를 소개해보라고 한다면, 대충 이러했다. “성실, 열심, 원만한 사람이며…” 참 많이 <나>를 착각했었다 싶다. 그런 것들이 과연 내 안에 있었던 것일까? 어떤 것이 정말 <나>일까?


예전에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때에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런 시간들을 살 때에는 <나>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거니와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삶 같은 건 내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아들 유진이의 건강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다 17년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집에 들어앉게 되었다.


나에게 삶의 활력과 생기를 주었던 그 모든 거품이 다 빠지고, 그야말로 지루한 일상을 살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전의 나에게 살아갈 의욕과 힘을 단단히 준 것이 눈에 보이는 돈과 사람들의 칭찬과 주목이었다는 걸 통감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들의 마음, 그 내면을 살피며 그 마음이 힘을 얻고 자랄 수 있게 하는 일에는 “성실, 열심, 원만”은커녕, 조급함과 게으름, 그리고 무기력 같은 것들이 내 안에 자리잡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소스라쳤다. 그야말로 껍데기를 붙들고서 대단한 삶을 살아왔다고 여겼던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마음은 늘상 시려웠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에 자기가 자리할 곳이 없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을 테니까… 이상행동을 했던 그 동기들이 기를 쓰고서 엄마의 관심을 자기에게 붙들어 매고자 했던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얼마나 허전하고 외로웠을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실체를 깊이 알게 하는 그 시간들이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우울했다. 자책도 했다.


그런 과정은, 그러나 뜻밖의 선물을 선사하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들을 서서히 하나 둘씩 놓아주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더도 덜도 다르지 않은 <나>의 모습이 거울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혼의 자유함”이라고 할까? 그랬다. 어느 샌가 그런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나>란 존재는 낮은 자리에 내려앉아봐야 비로소 겸손을 배우게 되는가 보다. 그 후로도 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여정을 지금 나는 살아내고 있다.